일본은 대법관(최고재판소 판사)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국민심사투표제도를 도입했지만 가장 여론이 안 좋았고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적 반대세력이 있었던 사람조차도 파면 찬성표가 유효투표수의 15% 정도에 그치는 등, 일반인들은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전혀 실요성 없는 요식적인 제도에 그치고 말았음.
미국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대법관을 지명하는 대신 그 임기를 종신직으로 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 결과는 전세계 주요국 중 가장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권위주의적인 대법원임.
그렇다면 대법관 또한 헌법재판소처럼 그 중 일정인원을 대법원장이 아닌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 일견 상호주의적이라면 면에서 이것이 타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똑같이 대법관을 둘러싼 정쟁이 격화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안 그래도 요즘 바닥을 치고 있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를 심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짐.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민의를 적절히 반영시키고 동시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절대 간단하고 쉬운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님.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반면교사를 삼으면 삼았지 우리가 참조해서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받을 수는 없음.
첨언: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최고재판소 판사의 인적구성 다양성은 한국의 대법원 대법관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데 최고재 판사가 내각에 의해 지명되는 특성상 천편일률적인 판사출신들만 최고재 판사를 하는 게 아니라 학계나 재야법조, 관료출신 등 외부인사의 지분이 일정 부분 보장되기 때문.
독일이나 프랑스: 헌법심사기관(독일의 경우 헌법재판소, 프랑스의 경우 국참사원)를 헌법상 최고사법기관으로 두고 상고법원(대법원, 파훼원) 법관 수를 백 명 이상 둠(동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이에 가까운 형태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가능. ← 대륙법계 체제상 가장 체계정합적이지만 한국의 역사적 맥락과 현실상 이렇게 갈 수 있을 가능성은 낮음.
이탈리아나 스페인: 예? 검찰이 사법부 소속이라고요?
아무튼 한국도 이제 선진국이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다른나라 사례도 단순한 참고사항 이상이 되지 못함. 2010년대 이후로 외국의 제도를 별 비판 없이 가져와서 이게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그냥 아직도 한국을 1980년대 이전의 개발도상국으로 여기고 앞만 보고 누군가를 따라가면 되는 줄 아는 시대에 뒤떨어진 멍청이에 불과함. 결국은 우리가 직접 지지고 볶아 가면서 우리에게 맞는 해답이 무엇인지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골치아픈 일이지만.
Dec 27, 2024 13:22